나는 Glenstone에서 Serra의 조각품, 거칠고 녹슨 질감의 쇳덩어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어찌 그리도 단순할 수 있을까.
Glenstone은 메릴랜드 포토맥에 위치한 사설 박물관이다. 나는 아들의 안내로 세 번이나 Glenstone을 방문할 수 있었다. Glenstone에서는 실내 작품은 물론 드넓게 펼쳐진 언덕, 다듬어진 산책로, 군데군데 설치된 조각품을 즐길 수 있다. Glenstone은 붐비지 않는 환경 속에서 관람하고 사색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제한적 개관제를 시행한다. 특정 요일에만 개관하며, 12세 미만은 입장이 불가하고, 예약은 필수이다.
Glenstone은 의외로 단순하다. 밋밋한 직선 건물, 간결한 인테리어, 작가 단독 갤러리, 작품 하나만 걸린 방, 황량한 낭하의 긴 원목 의자, 건물 중앙의 수초 연못 등 곳곳에서 설계자와 디렉터의 미니멀리즘 미학이 묻어난다.
Kelly의 한 회화 작품(Yellow Curve)은 벽이 아닌 바닥에 눕혀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Serra의 한 조각품은 작품 공간을 체험하면서 관람자와 작품 간의 교감을 이루도록 설치되어 있어 놀라웠다. 두 작가가 펼치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작가 정신이 돋보였다.
Kelly의 회화는 주로 단색화이고, Serra의 조각 또한 단순 그 자체다. 방대한 부지에 디자인된 단순함은 돈이 많아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예술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었던가. Glenstone은 만인이 향유하는 박물관으로 길이 남았으면 좋겠다.
Serra는 2024년 85세로 영면하였다. 나와 동시대를 살던 그는 육중한 세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홀연히 떠났다. 그의 강인한 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Glenstone을 추억한다.
Glenstone 좋은 기회에 다시 모시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