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001

아내 이야기

나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희디흰 피부의 여자를 사귀었다. 얼굴이 너무 희어서 의사가 건강진단을 받아보라고 권할 정도의 여자였다. 어머니는 내가 사귀는 아가씨를 보고 무척 실망하였다. 가냘프고 창백하다는 것이다. 튼튼하고 둥실둥실한 며느릿감을 원하던 어머니로서는 그럴 법도 하였다. 어쨌든 나는 그녀와 결혼하였다. 아내는 먹성이 좋았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힘든 일도 겁 없이 하였다. 연년생으로 아들 둘을 순산하였다. 어머니의 원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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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

사람은 이름으로 웃고, 이름으로 운다. 인생의 광장에서, 시험의 고비마다에서, 그 떨리는 발표의 장에서 이름이 있어 기뻐하고, 이름이 없어 눈물을 흘린다. 이름이 나면 유명인사요, 이름이 묻히면 무명인사다. 유명하면 스타가 되고, 무명하면 돌이 된다. 사람들은 세상에 이름을 내기 위해, 이름을 남기기 위해, 이름을 갈고 닦는다. 성서에는, 세상 이름과 다른 ‘그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을 높이고, 그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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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햇빛이 유난히 눈부시던 날, 해바라기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동그란 얼굴을 내밀었다. 해를 바라보았다. 감격이었다. 그 현란한 빛깔과 불타는 열정에 눈을 떼지 못했다. 애오라지 해만을 바라보고 살겠노라 다짐하는 듯하였다. 해바라기는 가없는 해의 사랑을 받으며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서히 얼굴에는 살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해바라기는 어느새 살찐 해바라기가 되었다. 그런데 어찌하랴. 그 유연하던 얼굴이, 이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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