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평상에 걸터앉아 텃밭을 바라본다. 감나무에 달린 푸른 감이 바람결에 흔들거린다. 잇단 태풍으로 벌써 몇 개가 떨어졌는지 모른다. 푸른 감은 만추의 풍상을 견디며 붉게 익는다. 붉은 감은 무척 탐스럽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게 곶감은 아니다. 곶감이 되려면 붉은 감이 씻기고, 껍질이 벗겨지고, 고리에 끼워지고, 햇볕과 통풍 좋은 데에 걸리고, 서서히 말려져야 한다. 그러면 당분이 겉으로 배어나와 거죽에 시설이라는 하얀 가루가 앉게 된다. 이렇게 시설이 잘 앉으면 드디어 곶감이 되는 것이다. 붉은 감은 오래 못 간다. 그러나 곶감은 오래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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