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성큼 자라버린 잔디는 잡초나 다름없다. 높아진 잔디는 이미 잔디가 아니다. 잔디는 적당한 키를 유지해야 잔디답다.  윌로우의 하원이네 집 앞마당에 뿌렸던 잔디씨가 흙을 비집고 고개를 내밀었다. 고만고만한 키를 서로 자랑이라도 하듯 앙증맞기 그지없다. 잔디가 착근할 때까지 촉촉함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다행히 여행 중에도 연일 비가 내려 걱정을 덜었다.  귀국 전날, 잔디밭의 잡초를 뽑고 새싹 간간이 비쭉 키를 높인 기존 잔디를 깎아주었다. 잔디가 말은 없어도 깎이는 것은 분명 아픔일 것이다. 그러나 깎임은 낮아짐의 아픔이요 낮아짐은 만고불변(萬古不變)의 미덕이다. 잔디는 낮기 때문에 아름다운 식물이다.

1 thought on “잔디”

  1. 아버지, 미국에 계시면서 잔디 관리 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조만간에 잘 자란 잔디 사진 한번 올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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