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여름, 한차례 해일이 휩쓸고 간 바닷가를 향해 수석(壽石) 하는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탐석 길에 올랐다. 고만고만한 바닷가의 돌 가운데서 수석 감을 찾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진종일 다리품을 팔았으나 그럴싸한 돌 하나 제대로 손에 넣지 못했다. 해질 무렵 아무 생각 없이 자갈마당에 다리를 뻗고 앉아 쉬고 있는데, 뜻밖에도 물속에 이상한 돌 하나가 보였다. 얼른 건져 손바닥에 올려보았다. 영락없는 사람 얼굴 모양! 게다가 매끈한 갈색 바탕에 단단한 석질! 괜찮은 돌 하나를 쉼터에서 건졌다. 쉼의 덕을 본 셈이다. 그 돌이 우리 집의 책장 속에 은거한지 어언 수십 년이 흘렀다. 우연히 그 돌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석두(石頭)’라 명명하였다. 석두는 돌대가리다. 요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은 죄다 똑똑하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다. 차라리 석두가 정겹고 석두가 그리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