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어느 무더운 여름 날, 뜻밖의 전화가 날아왔다. 부산 집 세탁기 연결 호스가 빠져 다용도실 가재도구가 침수되었다는 것이다. 여러 날 후, 집으로 돌아왔다. 다용도실을 열었다. 물 빠진 바닥에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었다. 세제는 떡이 되고 국수와 미역은 썩어 악취를 풍기고 공구는 벌겋게 녹슬어 있었다. 우리 내외가 달라붙어 꼬박 한나절을 쓸고 닦고 치웠다. 세탁기 연결 수도꼭지를 열어둔 채 사용하고 또 하수 냄새 때문에 바닥 배수구를 막아둔 게 화근이었다. 시쳇말로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라고나 할까. ‘비 한 방울 오지 않아도 물난리를 당할 수 있구나.’ 늘 깨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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