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 같이 퍼붓던 장맛비가 멎고 이내 뜨거운 햇볕이 쨍쨍 내리쬔다. 방 안에 있던 빨래를 내다 널고 젖은 우산을 펼쳐 말린다. 물병을 챙겨들고 우리 집 뒷산을 오른다. 계곡에 이르러 세차게 흐르는 시원한 물로 땀을 씻어내고 잠깐 쉰다. 돌멩이를 하나 집어 들고 숲속의 한 나무를 조준하여 힘껏 던진다. 어설프게 빗나가버린다. 다윗의 물매 돌을 생각한다. 빨리 달리며 던진 다윗의 돌이 다가오는 골리앗의 이마에 박힌다. 골리앗의 완전무장이 무용지물이 된다.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것은 돌을 이마로 이끈 하나님의 역사(役事, Work)라고 생각한다. 시커먼 구름이 밀려온다. 또 한 줄기 퍼부을 것 같다. 비가 쏟아지면 그대로 맞을 생각이다. 느릿느릿 하산한다.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