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송도국민학교 5학년 1반 권기택입니다.”
한 중년 남자가 교무실에 불쑥 나타나 내 제자라고 했다. 난처하게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음 날 다시 나타나서는 소풍 날 찍은 흑백사진 한 장을 내보이었다.
“여기 이 청년이 이승묵 선생님, 그리고 얘가 접니다.”
그는 내 초임지의 첫 제자였다. 그렇게 사제지간을 증명해보이고 그는 기약 없이 떠나갔다.
어느 해 스승의 날, 택배가 왔다. 화장품 세트. 보낸 사람이 바로 그 제자 권기택이었다.
그 후부터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그는 잊지 않고 화장품 세트를 챙겨 보냈다.
나는 퇴임 후 부산에서 용인을 거쳐 영광으로 이사했다. 주소가 바뀌어도 화장품 세트는 어김없이 스승의 날에 도착했다. 그러기를 수십 년, 세월이 꽤 흘렀다.
울산 사는 제자 권기택이 동서 반대편 먼 영광으로 친히 나를 찾아왔다. 내년에 칠순이라고 했다. 두 노인은 모내기를 막 끝낸 탁 트인 논벌을 바라보며 한적한 논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선생님은 제 영원한 멘토입니다.”
“……”
그날따라 밤하늘의 별들이 찬란히 빛났다. 무논의 개구리들도 목청껏 울어댔다.
감동적인 글입니다. 아버지는 저에게도 영원한 멘토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