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씨

묵씨(黙氏)는 나의 별명이다. 대학 시절, 급우들은 서로 경어를 썼다. 두세 살 나이 차이는 보통이었으므로 함부로 반말을 쓸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나의 이름에 씨(氏)자를 붙여 ‘승묵 씨’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시인 친구가 나의 과묵한 성격에 걸맞다면서 그냥 ‘묵씨’로 부른 게 계기가 되어 그 후로 다른 친구들도 별 생각 없이 따라 부르게 되었다. 은발의 나이인 오늘까지도 ‘묵씨’라는 별명은 계속 나를 붙어 다닌다. 나는 ‘묵씨’라고 하면 묵시(黙示)가 연상된다. 그래서 ‘묵씨’를 mooksee로 써서 ID로 등록하기도 하였다. 나는 ‘묵씨’를,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가라는 친구들의 격려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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