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햇빛이 유난히 눈부시던 날, 해바라기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동그란 얼굴을 내밀었다. 해를 바라보았다. 감격이었다. 그 현란한 빛깔과 불타는 열정에 눈을 떼지 못했다. 애오라지 해만을 바라보고 살겠노라 다짐하는 듯하였다. 해바라기는 가없는 해의 사랑을 받으며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서히 얼굴에는 살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해바라기는 어느새 살찐 해바라기가 되었다. 그런데 어찌하랴. 그 유연하던 얼굴이, 이제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얼굴을 가누기조차 힘겨워하지 않는가. 해를 바라보기도 게을러지면서 해바라기의 낯빛은 하루가 다르게 거무튀튀하게 변하였다. 병색이 완연하였다. 이따금 소슬바람이 찾아와 해바라기의 얼굴을 어루만지다 슬픈 낯으로 돌아갔다. 해바라기는 고개를 떨구고 땅만을 바라볼 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보였다. 소슬바람이 떼를 지어 몰려오던 날, 해바라기는 그만 모가지가 부러지고 말았다. 해바라기는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해바라기가 죽던 날에도, 해는 중천에 있었다. 소슬바람이 으스스하고 쓸쓸한 노래를 불렀다. “땅을 바라보다 목이 부러진 살찐 해바라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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