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씀바귀, 돌미나리, 산나물, 아욱, 달래, 냉이 등 봄나물을 갖추갖추 사들고 왔다. 어린 시절 나물 캐러 산이며 들이며 논둑 밭둑을 쏘다니던 추억을 아내는 간직하고 있다. 아마 봄과 더불어 그 시절의 나물 냄새가 되살아나는가 보다. 나물을 다듬고 씻고 데치고 무치는 아내의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잔손질이 많은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였다. 드디어 식탁에 몇 가지 봄나물이 올라왔다. 나는 시식을 한다. 씀바귀는 소태 같은데 뒷맛이 달콤하다. 당분을 좀 넣어 그렇단다. 씀바귀 같은 쓴 음식을 먹어야 쓸개즙이 잘 나온다나. 돌미나리는 담백하면서도 향긋하다. 산나물은 아주 고소하다. 마른 산나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다. 내가 뿌리지도 않고 기르지도 아니하였는데 내 집에서 갖은 나물을 먹을 수 있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봄나물이 한철이다. 생선이나 고기에 비해 값도 싸다. 제철 음식은 보약이라는데, 많이 먹어둠이 어떠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