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모처럼 친구와 함께 바람 쐬러 해운대 달맞이고개 너머에 있는 청사포에 갔다. 아담한 포구에는 작은 통통배들이 서로 몸을 기댄 채 졸고 있었다. 어떤 중년 화가가 방파제에서 바닷가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군데군데 한가로이 앉아 있는 낚시꾼들이 보였다. 동행한 친구가 한 낚시꾼에게 다가가 어렵사리 줄낚시를 하나 얻어 바닷물에 던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환호성이 들렸다. 친구는 손가락만한 노래미를 들어 보였다. 나는 바위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았다. 나도 한 때 강태공을 따라 더러 낚시질을 다녀보았으나 별로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바닷바람이 약간 차고 거칠어졌다. 그런데도 낚시꾼들은 바람에는 아랑곳없이 낚시찌만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베드로를 생각해보았다. 그는 주님을 바라보지 않고 바람을 보다가 그만 물에 빠진다. 바람을 보지 말고 그것을 움직이는 주님을 보아야 했었다. 나는 환경을 뛰어넘는 믿음을 소원한다. 바람아 비켜라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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