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나 격식에서 벗어난 일을 가리켜 파격(破格)이라고 한다. 나는 젊은 나이에 친구 동생의 결혼식 주례를 선 일이 있었다. 내 딴엔 한다고 했는데 주례사가 너무 짧았단다. 짧은 주례사라는 평 때문에 오랫동안 영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러다가, 김구 선생의 주례사 이야기를 읽고 마음을 놓았다. 선생은 동지의 아들 결혼식 주례사를 단 5초 만에 끝냈다는 실화가 있다.
“너를 보니 니 애비가 생각난다. 부디 잘 살아 다오.”
주례사의 관례를 깬, 그야말로 파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파격적 행동을 한낱 웃음거리로 몰아서는 안 된다. 파격에도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 신선한 충격의 멋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