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조를 보내고

문조를 이웃집에 보냈다. 그런데 며칠을 못살고 죽었다는 기별을 받았다. 왜 죽었을까. 일 년 전, 얼떨결에 문조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처음엔 나름대로 온갖 정성을 쏟았다. 차츰 호기심이 떨어지면서 정이 식어갔다. 새장은 저만치 바깥 구석진 곳으로 옮겨졌다. 반가운 대면이 줄어들었다. 모이를 주고 청소하는 일이 고작이었다. 애완(愛玩)이 아니라 마지못한 사육(飼育)이었다. 또 겨울이 왔다. 문조를 집안으로 들일 생각은 않고 딴 궁리를 하였다.
‘숲으로 날려 보낼까, 조류가게에 넘겨버릴까.’
그러던 어느 날, 짐을 떠넘기듯 문조를 이웃집으로 보냈다. 꽃이나 새나 무릇 생명은 사랑으로 사는 법이 아닌가. 끝내 문조는 주인의 배신을 삭이지 못하고 속을 끓이다 죽었으리라. 죽은 문조는 말이 없었으나 슬픈 상상은 줄곧 나를 괴롭혔다. 문조를 보내고, 나는 새삼스레 생명의 본질이 사랑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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