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외는 게인스빌의 작은아들 집에 두 달 동안 묵으며 플로리다를 여행하였다. 게인스빌은 UF 소재지로서 숲과 호수가 많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학교, 사무실, 주택이 주로 단층이었고 모두 숲 속에 숨어있는 듯이 보였다. 우리가 묵었던 아파트도 숲을 끼고 있었다. 이름 모를 새들이 새벽을 깨우고 다람쥐들이 천연스레 노닐고 어쩌다 고라니들까지 찾아오는 자연친화적(自然親和的) 아파트였다. 플로리다는 기후가 온화하고 명소가 많아 세계의 관광지로서 손색이 없었다. 미국인 중에서는 돈을 모아 플로리다를 여행하는 게 꿈이라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디즈니월드는 그야말로 환상의 나라였다. 그 방대한 규모와 원활한 수송시설이 놀라웠다. 유니버설스튜디오는 미국인들의 기발한 상업주의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한겨울의 마이애미비치 거리는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들로 붐볐다.
서남 연안에 산재한 산호섬들과 바닷물을 먹고산다는 맹그로브 숲의 경관(景觀)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들기에 충분하였다. 인디언 보호구역, 그 광활한 늪지대의 에어보트 질주는 숨 막히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부글부글 솟아오르는 매너티의 샘 발원지(發源地)와 따뜻한 샘물이 흐르는 이치터크니의 수로를 보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다. 쎄인어거스틴의 역사거리에는 옛 스페인의 정취가 남아 있었고, 씨다키에서는 멕시코만을 바라보며 무심히 세월을 낚고 있는 노인 낚시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플로리다 여행은 일종의 피한(避寒) 여행이었다. 참으로 즐겁고 보람 있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