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에 각각 다른 주제의 미팅이 4개 있는 날이었다. 9:30-10:30 AM Stomach variation study 12:30-1:30 PM MD Anderson contract discussion 2:00-3:00 PM Dosimetry unit meeting 4:00-5:00 PM Radiotherapy project discussion 우리 branch에 누구는 “What do you do for a living?”이라는 질문에 “Going to meetings”라고 했단다. 유난히 우리 branch에는 미팅이 많다. 사람들이 연구를 말로하나보다. 4개 미팅 중에서 하일라이트는 오전 9:30에 시작한 첫번째 미팅이었다. 이 미팅이 몇 주 전부터 부담스러웠던 이유는… 우리 branch에 epidemiologist 두 명, 로쉘이라는 할머니랑 린지라는 친구가 (한글로 썼으니 본명을 거론해도 문제는 없을듯…) 같이 참여하는 연구 미팅인데 그동안 왠지 모르게 이들은 자존심을 내세우며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다. 한번은 그동안 했던 일을 학회에 발표하면 좋겠다며 내가 준비한 것을 보여주니 린지는 다짜고짜 자기 동의도 없이 발표를 하려고 하느냐며 반대하는 통에 발표가 무산되었다. 황당… 그리고 이 연구의 아이디어는 자기 그룹에서 처음 나왔고 거의 다 된 밥을 나한테 준 것이나 마찬가지니 고맙게 생각하라는 뉘앙스의 comment를 몇 번 던지기도 했고… 어렵게 동의를 얻은 다른 학회 발표에 나를 도와줬던 한 포닥 이름을 넣기로 했다고 말하자 자기 동의없이 아무나 넣는다며 불쾌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행태(?)를 특히 싫어하는 나의 놀라운 동료 스티브 할아버지는 지난 몇 번의 미팅에서 그들과 언성을 높히며 다툰 적도 있었다. 이쯤 되면 내가 PI라고 우기며 고집으로 밀고 나가기엔 출혈이 너무 크다. 이 연구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놀라운 journal에 나갈 만한 내용도 아니지만… 이 연구와 그 결과물인 논문은 중요한 몇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이 연구는 그동안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던 우리 branch의 두 그룹인 epidemiology와 dosimetry 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한다는 점, 둘째로 나랑 같이 tenure track을 하고 있는 린지와 좋든 싫든 앞으로 계속 얼굴을 맞대고 연구를 할텐데 그와 좋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세째로 나의 포닥인 스테파니가 lead author로 나가는 논문이라 그의 장래를 위해 중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세가지 정도의 목적만으로 연구를 끌고 나가기에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동기 부여가 된 것은 과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주님께서는 어떤 방향을 보여주시고 나에게 어떤 기도를 듣기 원하시며 (그 분은 무조건 상황을 종료시켜 달라는 단순한 기도 이상의 무언가를 항상 원하신다) 내가 어떻게 대처하고 변화되기 원하시는가를 배우는 것이었다. 결국 내 주위 모든 사람들이 나의 선교의 대상인 셈이다! 오늘 미팅은 그동안 어렵게 이끌어온 연구에서 95% 정도 완성된 연구 결과를 스테파니가 발표하고 모든 연구원들의 만장일치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그동안 이 연구는 dosimetry 그룹만의 연구라 굳게 믿고 있던 스티브는 이런 미팅을 하는 자체를 매우 싫어하긴 했다. 우리끼리 연구한 것이니 그 사람들 이름 넣어주는 것만도 충분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나는 후에 더 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야한다고 끝까지 우겨 미팅을 계획했고 결국 모든 사람들을 같은 테이블에 앉히는데까지 성공했다. 거기까지도 주님의 역사! 처음 연구를 디자인하고 업데이트를 보여준 뒤로 미팅을 한지가 꽤 되었고 그 사이에 처음 모두들 동의한 계획에 추가로 진행된 부분도 있었기에 로쉘이나 린지가 금시초문이라며 어느 한 부분에서 걸고 넘어지기 시작하면 그동안의 연구가 한순간에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미팅을 들어가기 전에 간절히 기도했다. 컴퓨터에 쓰면서 간절히. 긍휼을 더해주시고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시도록. 9:25분에 미리 도착해서 농담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화기애애한 다음에 로쉘, 린지, 스티브가 도착한 것이다 — 미팅을 주관하는 입장에서 내가 먼저 전체적인 개관을 설명했다. 약간 시큰둥한 분위기. 그리고 스테파니가 발표를 시작했고 아니나 다를까 시작하자마자 로쉘의 질문이 날아든다. “저 부분은 본래 계획과 다르지 않냐”는 질문에 스티브는 삐딱한 자세로 앉아서 인상을 쓰며 “좀더 들어보고 그런 소리를 해라”라고 받아친다. 주여… 살얼음같은 분위기. 나는 옆에서 계속 밝게 웃으면서 “excellent question!”를 외치며 속으로는 기도를 한다. 1시간 넘게 진행되는 미팅에서 살벌한 분위기는 몇 번 더 연출되었지만 시종일관 기도와 미소로 임했을 때 주님께서는 감사하게도 미팅의 주인이 되어주셨다. 로쉘과 린지 모두 그동안 수고한 것에 대해 고마워했고 스티브도 더 큰 문제 생길 소지를 없앴다며 미팅을 주선한 것을 고맙게 생각했다. 이제 스테파니가 논문을 마무리하는 것만 남았다. 연구 디자인에서 논문까지 2년여가 걸린 셈이다. 이렇게 NCI에서의 하루 하루가 지나간다. 한 발자욱 움직일 때마다 기도하며 응답받고,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되면 또 기도하고… 그리고 응답받고. 우주를 주관하시는 주님과의 생생한 대화와 교감이 내 힘의 원천이다. 그래서 NCI는 내가 주님과 더 생생하게 동행하는 곳이고 그렇게 내가 성장하는 곳이다. 스테파니에게 오늘 미팅 결과는 기도응답이라고 간증을 나누었다. 아직은 결단을 못하지만 그동안 여러번 뚜렸한 하나님의 역사를 내 옆에서 목격해온 이 친구의 마음 속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자라고 있음을 확신한다.
사람이 일을 계획하나 이루시는 이는 하나님이심을 고백하는 감동적인 간증이다.
기도로 의뢰하면 항상 더 좋은 길로 인도하시고, 생각지도 못하던 돌파구를 열어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은 참으로 흥미진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