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크리스마스 휴가는 본격적으로 다음주부터이고 오늘은 집에서 일을 한 날이다. 오전에 하원엄마 시장 보는 것을 도왔으니 자기 전에 오늘 일할 분량을 마무리한다. 연말이라 저널마다 reviewer를 찾기 어려운지 12월 들어 여러 저널에서 review 요청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이제 경력을 막 쌓기 시작하는 나로서는 review 요청들을 일단 수락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5개 논문이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독촉 이메일을 몇통 받고는 부랴 부랴 며칠 전에 2편, 그리고 남은 2편을 오늘밤에 마무리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무래도 내일 해야겠다. Radiology라는 저널에서 온 논문 하나, 그리고 최근에 논문을 받기 시작한 Journal of Orthopaedic Trauma라는 저널에서 온 한편의 논문. Radiology 논문은… CT에 관한 것이었다. 어떤 나라에서 (내가 저자들을 알게 되면 편견을 가질 수 있다 하여 저자들 이름과 그 저자를 짐작할만한 모든 정보를 없앤 논문을 받는다) CT를 찍는 몇몇 병원에 설문조사를 했더니 이런… 방사선을 너무 많이 받는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국가기관에서 개입하여 계몽(?)을 했다. 그리고는 얼마나 효과가 있었나 몇년 후에 다시 설문조사를 했고 방사선량이 줄어든 것을 발견. 그래서 또 몇년 동안 계몽을 하고 다시 설문 조사를 했더니만 또 다시 방사선량이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서는 “그렇구나! 계몽은 역시 효과가 있었다!”라는 내용이 그 논문의 골자였다. 의미있는 내용이긴 했지만 어느 나라인지 몰라도 병원 8개만 찍어서 조사를 했고 그 나라 전체를 얼마나 대표할 수 있는지 다소 의문이 든다. 그리고 논문 중간 중간에 대충 넘어간 흔적들이 많이 보여 이런건 좀 자세히 써주세요 하는 요청을 보냈다. 다른 reviewer들은 (나 말고 1-2명이 더 붙는다) 어떤 평가를 했을까… Journal of Orthopaedic Trauma에서 온 논문 내용은 항상 생소하다. 뼈가 부러지거나 골반과 다리뼈 연결 부위가 탈골된 환자들의 경우 수술로 뼈를 연결하는데 후유증으로 뼈 밖으로 뼈가 자라는 경우가 있단다. 이 경우 방사선 치료과로 데려가서 방사선 700cGy 정도를 쬐면 증상이 완화되어 1990년 이후부터 너도 나도 그렇게 치료를 받았단다. 방사선의 양이 그리 적지 않으니 나중에 피부 종양이 생기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미래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한 병원에서 그렇게 방사선 치료받은 사람이 몇명인지를 1990-2000, 2001-2009 이렇게 두 기간으로 나눠서 조사하고 그래서 그게 점점 느는 추세인지 아닌지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이전 기간에 비해 최근 기간에 2배정도 늘었다고 한다. 좀 단순하지만 어찌보면 앞으로 역학 연구를 해야할 대상을 발견하고 제시한 셈이다. 그 자체로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하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게 뭔가 하는 마음에 좀 약한 것도 같고… 있는 그대로 의견을 적어 보내본다. 이제 나머지 한편의 논문은 한국 사람들이 쓴 것이다. 이미 밤이 늦었으니 내일 하원이 자고 나서 해야겠다. 어차피 주말에는 저널 사람들도 일을 안하니… 이전에 대학원 다닐 때, 그리고 미국에 처음 와서 포닥할 때는 연구라는 것이 정말 대단하고 복잡하게만 보였다. 그러나 NCI에 오고 나서,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라는 것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푸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CT 방사선량을 줄이기 위해 계몽을 하면 얼마나 효과적일까? 뼈 부러지고 수술 받은 사람 후유증을 해결하려고 방사선을 쬐는 사람이 점점 많아질까 줄어들까? 질문들은 간단하다. 그리고 그에 대해 답을 모색하는 것이 연구이다. 모색하는데 돈이 필요하면 돈을 달라고 과제를 신청한다. 앞으로 5년 안에 답을 찾겠다 뭐 이런 약속을 하고 돈을 받는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들을 들어보려고 사람들을 학회란걸 만들어서 매년 모여서 의견을 공유한다. 좀 그럴싸한 의견들은 글로 써서 논문으로 출판해서 비슷한 질문에 답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렇다더라”라는 정보를 제공한다. 나랑 비슷한 답을 찾는듯한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거나 심기가 불편해진다. 때로는 내 답이 맞다고 싸우기도 한다. 하나님은 왜 나를 NCI에 보내셨을까? 아직 남아있는 질문들은 무엇인가? 그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하나님께서는 정확히 알고 계신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먼저 답을 알려주시고 내가 사람들에게 전달해서 그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원하시는… 바로 그런걸까? 그래서 해결받는 과정에서 이게 내 답이 아니고 하나님의 답이라고 말하면서 그 사람들이 하나님은 정말 대단하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인가? 이것은 연구를 시작한 뒤로, 그리고 미국에 온지 7년동안 항상 가져왔던, 그러나 아직 속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한 나의 질문이다.

1 thought on “Review”

  1. 하나님은 사람을 통한 문제해결방식을 일관되게 지키신다. 사람은 다만 통로 역할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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