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독일에서 ICRP Task Group meeting이 있어서 다녀왔다. ICRP를 번역하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인데 그 밑에 실제적인 연구를 해서 보고서를 출판하는 사람들 모임을 Task Group이라고 한다. 나는 두가지 Task Group에 속해 연구를 해오고 있다. 8시간 가량 걸리는 직항 비행기로 Munich까지 가서 다시 Schliersee라는 곳으로 기차를 타고 갔다. 회의가 열린 Schliersee라는 곳은 알프스 산기슭에 있는 휴양지로 호수를 끼고 있어 주변 경관이 매우 아름다웠다. 다들 아침부터 모여 열띤 토의를 하다가 커피 마시며 좀 쉬고 다시 일하고 점심 먹고 또 일하는 항상 그래왔듯이 올 해도 여전히 빠듯한 일정이었다. 모처럼 수요일 오후를 비워 자기가 하고 싶은 구경을 하라고 하여 중국에서 온 교수 한명이랑 호수 주변을 돌며 사진을 좀 찍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이번 회의는 그동안 개발해온 소아 모델이 최근 몇달 전 공식적으로 ICRP 표준 모델로 채택된 이후 첫 회의였다. 3년전 이 회의에 처음 참석했을 때만 해도 비슷한 모델을 개발하는 독일 과학자들이 자기들 모델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려고 하여 다소 껄끄러운 분위기였으나 몇년간에 걸친 개발과 그들의 모델 역시 훌륭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섬기는 마음으로 회의에 임해오면서 그들의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내 자신의 편의 보다는 그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며 내가 좀 고생해도 그들이 계산하기 편하게 내 모델을 수정하는 작업을 계속 해오면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의 원칙을 다시금 실천하는 기회가 되었다. (사진: 회의 장소 근처에 있었던 교회 내부) 이제는 회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어 서로를 반기며 공동으로 협력한다. 쓸모없는 politics에 사로잡혀있지 않고 실리를 추구하는 학자들의 태도를 통해 많이 배운다. 회의는 본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속되었지만 나는 영국에서의 다른 일정으로 인해 목요일 오후에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했다.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영국에서는 최근 다시 이름을 바꾼 Public Health England라는 기관에 가서 우리가 필요한 데이터를 얻어내는 회의였다. 그동안 보안 등의 이유로 자료 협력을 계속 꺼려오던 곳이라 집적 얼굴을 맞대고 회의하며 우리에게 유리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사진: 분주한 아침 런던의 기차역) 기도하고 참석한 회의를 통해 그동안 자료 전달이 지연되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고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할지 지침을 얻는 소중한 회의였다. (사진: 런던 회의 기간 머물렀던 호텔) 2박을 하며 금요일 하루를 온전히 회의에 투자했다. 그렇게 전체 일정을 마치고 토요일 아침 일찍 비행기로 그리운 가족들이 있는 메릴랜드로 돌아왔다. (사진: 런던 지하철 플랫폼에 써있는 글. 미국 같으면 watch your step 이렇게 되어있을텐데…) 6박 7일의 일정으로 회의를 오가며 요한복음 6장을 깊이 묵상하며 읽었다. 또다른 오병이어의 기적을 기대하며 환호하는 군중들 속에 나는 과연 무엇을 기대하며 주님과 동행하는지 깊이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뭔가를 기대하기보다 무엇을 드릴까 생각해야겠다. 내가 하는 이 연구를 통해서 예수님께 돌아갈 합당한 영광이 드려지기 간절히 기도한다.
실질, 공익, 섬김, 동행, 영광…… 복음이 보인다. 주님이 보인다.
항상 제가 하는 일과 복음을 연결시키려 고민해왔는데 이번 여행 속에서 이런 여러가지 성경의 원리들이 녹아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니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