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는 삶

아마도 2007년인가 2008년인가 꽤 오래전에 내가 University of Florida에 있을 때 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지금 기억에 미국 CDC에서 받아서 했던 과제였는데 방사선폭탄 (dirty bomb)이 뉴욕 한복판에서 터졌을 때 방사성물질이 묻은채 병원 응급실로 쇄도할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였다. 간단한 방사선측정기를 들고 줄을 선 사람들을 한명씩 데려다가 세워놓고 몇군데 측정을 해서 바로 그 사람 몸속에 장기들이 받은 선량, 그리고 최종적으로 유효선량(effective dose)라는 것을 산출해내고 그 정도에 따라 어떤 사람은 집에 가서 샤워만 하면 된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 등등 의사결정을 해준다는 아이디어이다. 아무튼 이 과제는 당시 한 대학원생이 맡아서 하고 있었고 나는 뒤에서 가끔 도와주면 된다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가 잘못 계산된 것들이 나타나고 급기야 그 학생이 과제 종료 며칠을 남겨놓고 결혼을 해서 신혼여행을 떠나버렸다! 일은 급하니 결국 교수님이 어렵게 나한테 그 일 마무리를 부탁하셨는데 일을 열어놓고보니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야하는 상황이었고 그 학생이 남겨놓고 간 파일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제대로 찾을 수 없었고, 게다가 너무나 놀랍게도 그 학생은 크루즈 여행 중이라 전화 연락도 힘든 상황이었다! 내 인생에는 이런 일들이 꽤 자주 생기는 편이다. 밤을 새워 모든 계산을 다시 했다. 처음부터 모두 다시 했다. 부당하게 보이기도 하고 그냥 모른체하자는 생각 등등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럴때마다 기도했다. 교수님도 참 난처한 것이 그 과제 마감날을 이미 여러 번 연기한 상황이었고 더 이상 연기하면 과제가 끊어지고 그동안 받은 연구비를 모두 돌려줘야하는 불명예스러운 상황이었다. 참 하기싫고 어려운, 그리고 시간을 다투는 긴박한 일이었지만 며칠안에 잘 마무리되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은 (예상했었지만) 자기가 이미 다 끝낸 계산이었다며 왜 다시 계산했는지 의아해했지만 끝냈다는 계산결과가 어디 있는지도 못찾고 덕지덕지 이전 계산을 붙이는 것보다 새로 계산한 결과로 제출하기로 결정되었다 (교수님은 나를 믿어주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든 결과가 잘 마무리되어 CDC 과제는 연장되어서 지금도 몇 학생들이 그 과제에서 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고 그 때 과제를 맡았던 그 학생은 medical physicist로 플로리다 모 병원에서 근무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Facebook으로 연락도 함). 그 때 두편의 논문을 같이 썼는데 오늘에야 모두 publish가 마무리되었고 그 중 한편에 실렸던 그림은 저널 표지 장식으로 선정되었다 (첨부한 사진)! 내 인생에 이런 손해보는 듯한 상황은 자주 벌어졌고 앞으로도 얼마나 자주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너무나 명백한 사실은 He reins… 주님께서 다스리시고 그 분의 뜻이 온전히 선다는 사실이다. 주님은 살아계시고 나를 사랑하시고 지금도 일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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