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아마도 초등학교 2-3학년 정도 되었을 때 “컴퓨터”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개인컴퓨터(PC: Personal Computer)라는 것이 처음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했던 때였고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개인용컴퓨터에 관한 만화를 보고 나서부터 TV에서 해주는 컴퓨터 강좌를 열심히 보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컴퓨터”라는 말이 들어가는, 때로는 “컴퓨터세탁”이라는 말에도 귀가 솔깃 할 때가 있었다. 급기야 앞을 내다보시는 나의 어머니께서는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컴퓨터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하셨다. 당시 서면이라는 곳이 비교적 큰 시가지였는데 한 학원에 들어갔지만 나이가 어려서 어렵다며 거절했다. 찾고 찾던 중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바로 옆에 새롭게 문을 연 “미래컴퓨터학원”이라는 곳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나의 컴퓨터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너무나 꿈같은 순간들이었다.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당시 PC는 상당히 고가의 물건이었다. 당시 금성사에서 패미콤이라는 물건을 내놓았는데 가격이 정확하게 399,000원이었다. 본체가 그렇고 모니터에 이것 저것 사면 50만원을 육박하는, 당시 우리집 형편(어려서 잘은 몰랐지만)으로 조금은 힘겨운 가전제품이었다. 학원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며 방과후면 바로 학원으로 달려가 밤 늦게까지 컴퓨터를 두들기며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게임도 만들어보고, 그림도 그리고, 계산도 해보고… 학원에서 내주는 문제들을 하나 둘씩 해결해가며 지금 돌아보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중요한 algorithm들을 모두 그 때 배운 셈이다. 지금 문득 기억나는 것중 하나는 “bubble sort”라는 개념을 당시 배웠는데 빠른 속도로 숫자들을 sort하는 algorithm으로 당시 4-5학년 학생이었던 내가 어떻게 그런 걸 소화했는지 의문이다… 나의 자상하신 아버지께서는 두 아들을 위해 모형컴퓨터라는 것을 나무로 만들어주셨다. 컴퓨터 자판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그 컴퓨터는 컴퓨터를 구입하기 전 자판 연습을 위한 것이었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그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컴퓨터를 내 책상에 놓고 쓰는 그런 꿈을 꾸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놀라운 선물이 있다고 하시며 학원 선생님께 부탁해서 패미콤을 한 대 구입해달라고 부탁하셨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패미콤을 처음 산 날 밤을 잊을 수 없다. 머리맡에 컴퓨터를 놓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부터 학교를 마치면 학원에 가서 컴퓨터를 배우고 집에와서 밤 늦도록 또 컴퓨터를 가지고 놀았다. 그러던 중에 제1회 전국컴퓨터경진대회라는 대회, 금성사주최 창작 소프트웨어 공모전 등등 다양한 대회에 참가해 용돈도 벌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가 아마도 5-6학년쯤 되었을 때였다. 그 이후 계속 컴퓨터 기술은 계속 발전했고 MSX라는 기계가 나오고 이어 IBM 컴퓨터가 나올 때 쯤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였고 학업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마련한 컴퓨터 세트를 모두 처분하고 공부에 매진하기로 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위 사진은 당시 처분 직전에 찍은 컴퓨터 세트이다. 그렇게 고등학교 공부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서 이제 한숨을 돌리고 다시 컴퓨터를 시작하려고 하니 어느새 MSX 이런 것은 모두 사라지고 IBM 16비트 컴퓨터가 나온 상태였다. 이전처럼 BASIC이라는 컴퓨터언어가 내장된 형태가 아닌 DOS라는 OS를 구동하는 방식의 새로운 세계가 열려있었다. 다시 시작한 컴퓨터는 내 관심을 사로잡았고 계속되는 컴퓨터 업그레이드와 새롭게 시작된 “노트북”이라는 기계의 구입 등을 위해 어머니께서는 많은 돈을 투자하셨다! 당시 300만원에 육박하는 IBM 노트북을 구입했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해도 엄청나게 비싼 기계들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나는 지금 미국에 NCI라는 곳에서 사람 모델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를 “컴퓨터”를 이용해 수행하고 있다. 때로는 복잡한 프로그래밍도 척척해내는데 기초 이론들은 초등학교 5-6학년 때 배운 내용 그대로이다. 초등학생 시절에 30여년 후를 내다본 부모님 덕을 본 셈이다. 나는 앞으로 30년을 어떻게 내다보고 우리 아이들을 도와줄 것인가! 옛날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컴퓨터 사진들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컴퓨터 원조의 산 역사를 읽는다. 감회가 새롭다. 예지의 복이 대대로 이어지길 빈다.
그 모형 컴퓨터를 남겨두었다라면 이쉬움이 남습니다 :)
하하 오래된 사진을 잘 찾으셨네요. 그 모형 컴퓨터로 타자 연습하던게 지금도 생각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