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근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소나기라도 한줄기 쏟아졌으면 좋으련만. 해가 떨어져도 어김없이 열대야가 찾아와 잠을 설치게 한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밤낮으로 켜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내와 함께 무작정 밤바다를 찾았다. 송정 해수욕장. 파도에 발목을 적시며 백사장을 천천히 걷고 걸었다. 벤치에 앉아 잠시 쉬노라니 귀여운 꼬마가 아내 곁으로 다가왔다. 아내는 얼른 꼬마를 벤치에 앉히고는 말을 걸었다. “몇 살이지?” 꼬마는 손가락을 열심히 꼼지락거리다가 가운데 세 개를 세워 보이곤 배시시 웃었다. 우리 내외가 자리를 뜨려고 할 때, 꼬마 엄마가 ‘할머니 안녕’을 하라고 아이에게 재촉하였다. 한참을 걸어오다 아내가 허공을 향해 불쑥 한 마디를 던졌다. “내가 할머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