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뒷동산 아카시아 숲 속에 작은 체육공원이 있다. 동산을 경계로 양쪽 산기슭을 따라 두 동네가 있는데 저쪽은 Y동, 이쪽은 B동이다. 공원 초입에 ‘ㅇㅇ동 체육공원’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그런데, 그 ㅇㅇ동 부분이 심하게 훼손되어 꼴이 말이 아니다. 공원 이름을 놓고 Y동과 B동이 맞붙어 싸우느라 만신창이가 된 것이다. 공원 이름에 서로 자기네 동 이름을 붙이려고 혈기를 부린 탓이다. 별 것 아닌 이름 하나 가지고도 저렇듯 실랑이를 하는 걸 보면 요새 사람들, 여유가 없긴 없는 모양이다. 무한경쟁시대인 오늘날 불꽃 튀는 경쟁만이 생존을 보장하는 듯하다. 양보와 경쟁은 과연 공존할 수 없는가. 이제 양보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닌가. 조카 롯을 향한 아브라함의 음성이 들린다.
“네 앞에 온 땅이 있지 아니하냐 나를 떠나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창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