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만두를 만든다. 내 역할은 주로 칼질이다. 나는 먼저 식칼을 갈고 앞치마를 입는다. 식탁에 신문지를 깔고 도마를 놓고, 아내가 씻어준 김치와 살짝 데쳐준 숙주나물 그리고 대파를 잘게 썬다. 그 새 아내는 두부를 주머니에 넣고 물기를 짜낸다. 이어 잘게 썬 김치와 숙주나물을 받아 또 그렇게 한다. 끝으로 내용물을 다 섞어 버무린다. 그 내용물은 이렇다. 김치, 숙주나물, 두부, 소고기, 돼지고기, 달걀, 기본양념(파, 마늘, 참기름, 깨소금, 후추, 생강, 소금, 설탕). 나는 아내의 손놀림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대충 치워놓고 마주 앉아 만두를 빚는다. 시판되는 만두피를 사용한다. 만두피의 가장자리에 손가락으로 약간 물 칠을 한 뒤 속을 넣어 오므려 붙인다. 빚은 만두를 끓는 멸치국물에 넣는다. 만두 그릇, 보시기, 양념간장, 그리고 숟가락을 준비한다. 보시기에 간장과 멸치국물을 알맞게 섞고 나서 만두를 하나씩 넣고 숟가락으로 반을 끊어 반쪽씩 먹는다. 이상은 우리 집 만두 만들기와 먹는 방법이다. 우둔하게도 나는 할아버지 나이에 이르러 비로소 음식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실은 먹는 일이 삶의 기본인데 말이다.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고 챙겨주는 아내의 헌신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힘닿는 대로 도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