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의 배려로 얼떨결에 영화관을 찾았다. 노인네는 우리 둘 뿐이라 조금은 멋쩍은 기분이었다.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는 어린 아들을 찾아 나선 아빠의 진한 부성애, 모험과 도전의 환상적인 바다 세계, 따뜻한 이웃사랑, 장중한 사운드, 박진감 넘치는 전개 등등 관객을 압도하고도 남을 만한 감동적인 영화였다. 아빠는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아들을 찾는다. 아빠는 마냥 철부지인줄 알았던 아들이 어느새 훌쩍 자란 것을 알고 이내 결심한다. “이제 아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아들은 떠나고 아빠는 떠나가는 아들을 대견스럽게 바라본다. 그렇다 떠나야 할 때는 떠나고 보내야 할 때는 보내야 한다. 작은아들 부부가 미국으로 떠날 때 우리는 담담하였다. 일찌감치 우리는 십여 년간 떠남을 학습한 터라 그 일에 누구보다 자유로울 수 있었다. 언젠가 소유와 생명에의 집착에서도 떠날 때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