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에 같이 일을 시작했던 포닥이 성실하게 연구를 못하고 연구 진도가 나가지 않아 고민해왔었다. 힌두교 배경을 가진 이 친구에게 전도도 해보려고 시도하던 차였기에 계약을 중단하고 싶다는 얘기를 꺼내기가 참 어려웠다. 원래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그만두게 하는게 훨씬 어렵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다. 고민 끝에 branch chief이랑 상의하고 개인 면담 시간에 어렵게 얘기를 꺼냈고 당황하는 그 친구에게 여기 남지 않아도 몇가지 가능성 있는 진로들을 같이 논의했다. 똑똑하고 성실한 포닥을 뽑는게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이 친구가 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보통 11시 넘어서 출근해서 5시쯤 퇴근한다. 밤에 연구를 하는지 그래서 늦게 일어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열의가 보이지 않는다. 3개월 정도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프로젝트를 벌써 1년째 잡고 있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되는데 세월만 가고 있다. 나름대로 기도를 하고 뽑은 친구인데. 하나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까? 분명 상의하고 뽑았는데… 그 전 포닥이나 이 친구나 내 마음에 쏙 들지 않으니 여러 사람들을 만나 같이 일하면서 사람을 알아가기 원하시는걸까? 그 와중에 Georgetown 대학에서 와서 같이 연구하는 석사 학생이 너무나 열심히 연구를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 학생인데 feedback이 빠르고 update가 생길 때마다 즉각 이메일을 보내준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종종 내 연구실을 찾아오기도 하는데 문제가 될 정도로 자주 오지는 않는다. 이 친구가 나랑 한 연구가 곧 자기 석사 논문이 되었다. 최근 석사 논문 defense를 할 때 committee member로 참석했었다. Committee chair를 맡은 교수님 말이 이렇게 좋은 석사 논문은 처음 봤단다. 보통 fail, pass, pass with distinction 이렇게 세가지 카테고리가 있는데 pass with distinction은 거의 주지 않지만 이 친구에게는 그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대단한 연구는 아니었지만 워냑 성실하게 연구를 해주어 좋은 결과를 낳게 되었다. 혹시 박사를 나랑 할 생각 없냐고 몇번 물어봤는데 자기는 의대를 가겠다고 한다. 내 주위에 똑똑하고 성실한 학생들은 모두 의대를 간다. 사실 자기 교수들이 연구비를 못받아 고생하고 박봉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누가 박사를 받아 교수나 연구직으로 가고 싶겠는가. 똑똑한 학생들은 모두 의사가 되려고 한다. 안정적이고 고액 연봉을 받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하지만 누군가 연구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쳐야되는데 앞으로 10-20년이 흐르면 이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나랑 같이 일했던 학생 중 3명 모두 의대를 가려고 준비 중이다. 부디 좋은 의사가 되어서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잘 도와주면 좋겠다. 며칠전에 accept된 논문으로 이제 100편을 넘어섰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일속에서 성실하게 임했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며 수많은 기적과 감동을 경험하고 있다. 그동안 나를 거쳐간 학생들도 20명이 되어간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노력했을뿐 아니라 연구하고 진로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하나님의 영광을 보도록 기도했다. 눈물을 흘리며 예수님을 영접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들 속에 나를 통해 흘러간 예수님의 마음이 남아있으리라 확신한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성경을 읽을 때나 내가 논문을 쓸 때나 동일하게 동행하심을 믿는다.
진로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점이 바람직하다. 기도로 뽑은 일이었는데 아마 무슨 뜻이 있을 게다. 기초과학자의 결핍은 재앙이다. 말 못지않게 삶으로 전하는 복음이 값지다. 자라게 하시는 이를 앞지르지 않아야겠다.
이 친구가 그래도 같이 연구하면서 지난 1년간 논문 한편에 이름 들어갔고 올해 논문 2-3편 나오면 다른데 자리 잡기 용이할꺼라 생각됩니다. 남은 기간동안 그의 베스트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논문 100편, 조용한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