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아내와 함께 등산하다가 산에서 그만 길을 잃었다. 길 흔적을 따라가다 다다른 곳은 이름 모를 산소였다. 그 위론 길이 없었다. 되돌아 내려와야 했으나 고집스레 길을 찾아 올라갔다. 군데군데 발자국이 보이긴 했지만 길은 없었다. 숲 속에 완전히 갇히고 말았다. 잡목과 거센 풀을 헤치며 길을 만들며 나아가다 간신히 능선 길을 만났다. 등산로 안내 팻말이 보였다. 산딸기를 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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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아내와 만두를 만든다. 내 역할은 주로 칼질이다. 나는 먼저 식칼을 갈고 앞치마를 입는다. 식탁에 신문지를 깔고 도마를 놓고, 아내가 씻어준 김치와 살짝 데쳐준 숙주나물 그리고 대파를 잘게 썬다. 그 새 아내는 두부를 주머니에 넣고 물기를 짜낸다. 이어 잘게 썬 김치와 숙주나물을 받아 또 그렇게 한다. 끝으로 내용물을 다 섞어 버무린다. 그 내용물은 이렇다. 김치, 숙주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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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람들은 밤낮없이 일을 한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과로사(過勞死)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고 날이 밝으면 일어났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쉼의 복을 누린 셈이다. 기독교는 하나님 안에서의 안식을 표방한다. 안식년과 안식일의 개념은 쉼이다. 예수님은 안식일의 주인으로서 사람을 위한 안식일을 강조하셨다. 자주 한적한 곳을 찾으셨고 풍랑 속의 배에서도 낮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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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남북이산가족 상봉 장.“장군님의 배려로 잘 먹고 잘 삽니다.”북측 사람들의 말, 눈물의 만남 속에서도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말. 나는 그 획일적이고 몰개성적인 어투에 가슴 섬뜩함을 느낀다. 그 말 속에 북한 정권의 억압적 통제가 보인다. 지나친 통제는 개성을 죽인다. 개성은 천부적 은사이므로 통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개성을 존중하고 격려해야한다. 개성을 무시하고 남을 섬긴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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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관례나 격식에서 벗어난 일을 가리켜 파격(破格)이라고 한다. 나는 젊은 나이에 친구 동생의 결혼식 주례를 선 일이 있었다. 내 딴엔 한다고 했는데 주례사가 너무 짧았단다. 짧은 주례사라는 평 때문에 오랫동안 영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러다가, 김구 선생의 주례사 이야기를 읽고 마음을 놓았다. 선생은 동지의 아들 결혼식 주례사를 단 5초 만에 끝냈다는 실화가 있다.“너를 보니 니 애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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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사람들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프라 윈프리와 버나드 케릭이 그런 사람들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미국의 TV ‘오프라 윈프리 쇼’의 진행자, 그리고 버나드 케릭은 9・11 테러 참사 때의 뉴욕 시경국장. 그들은 인정받는 명사들이다. 그런데 오프라 윈프리, 그녀는 가난한 미혼모의 딸, 14세 때 가출하여 미숙아를 낳음, 마약복용, 감호소 구금, 친삼촌한테 성폭행 당한 일들을 숨김없이 이야기한다. 버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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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드릴

매일 거르지 않고 뒷산 산책을 하시는 칠순 누님이 계신다. 누님은 겨우내 조금씩 부엽토를 모아 갈색 플라스틱 통으로 하나 가득 채웠다. 그 통의 밑바닥에다 화분처럼 물구멍을 내달라고 나에게 가져왔다. 한참동안 궁리 끝에 구멍 뚫기 작업에 나섰다. 드릴을 꺼냈다. 아들이 어릴 때 쓰던 수동 드릴. 전동드릴에야 못 미치지만 손 때 묻은 것이라 챙겨 두었던 것. 그런데, 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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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

새 모니터를 달고 컴퓨터를 켰는데 작동이 되지 않고 삐삐 소리만 났다. 서울 큰아들에게 전화로 도움을 청했다. 그래픽 카드를 뽑아 금색 부분을 WD-40으로 닦고 다시 잘 끼워보란다. 그대로 했더니 정상가동 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이번에는 TV가 고장. 음성은 나오는데 영상이 뜨지 않았다. 매뉴얼을 보고 잭을 뺐다 꼽았다, 전원을 껐다 켰다 해봤다. 여전히 깜깜하였다. 그러다 문득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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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우리 집 담 모퉁이에 모과나무 한 그루가 있다. 지난 해 가을 어른 주먹만 한 모과 수십 개가 달려 행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탐스럽게 익은 모과를 따서 이웃에 나누었다. 모과나무는 가녀린 가지와 조그만 꽃눈들을 데리고 겨울을 나면서 봄을 기다린다. 출애굽 행렬은 40년 간 광야를 걸으며 약속의 땅을 기다렸다. 기다림은 하나님의 때에 대한 복종이다. 꽃을 기다리는 겨울 모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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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두

어느 해 여름, 한차례 해일이 휩쓸고 간 바닷가를 향해 수석(壽石) 하는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탐석 길에 올랐다. 고만고만한 바닷가의 돌 가운데서 수석 감을 찾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진종일 다리품을 팔았으나 그럴싸한 돌 하나 제대로 손에 넣지 못했다. 해질 무렵 아무 생각 없이 자갈마당에 다리를 뻗고 앉아 쉬고 있는데, 뜻밖에도 물속에 이상한 돌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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