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통
청소년들의 정서적 불안정은 대개 성장 통(痛)이다. 이유 없는 반항, 자학과 퇴행적 행동, 정욕과의 투쟁, 독립과 종속의 갈등, 가출과 방랑의 유혹, 상대적 열등감, 기대와 능력의 괴리, 이상과 현실의 상충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꼭 집어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고통으로 그들은 마음 문을 닫아버리며 부모들은 그 빗장을 열지 못해 힘들어한다. 노련한 상담교사들은 청소년들의 통증 원인을 가끔 그들의 […]
청소년들의 정서적 불안정은 대개 성장 통(痛)이다. 이유 없는 반항, 자학과 퇴행적 행동, 정욕과의 투쟁, 독립과 종속의 갈등, 가출과 방랑의 유혹, 상대적 열등감, 기대와 능력의 괴리, 이상과 현실의 상충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꼭 집어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고통으로 그들은 마음 문을 닫아버리며 부모들은 그 빗장을 열지 못해 힘들어한다. 노련한 상담교사들은 청소년들의 통증 원인을 가끔 그들의 […]
서울에서 공부하는 아들이 PC를 조립하여 보내왔다. 수년간 탈 없이 잘 썼다. 어느 날 아내가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하다 커서가 꼼짝 않는 장애를 만났다. 윈도우즈 재설치를 시도했으나 설치 도중 멈추어 버렸다. 여러 번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였다. 어쩌면 논리적인 문제가 아닌 물리적인 장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기사한테 수리를 맡겼다. 부품 일부를 교체하여 고쳤다. 그런데 그 후에도 비슷한
봄날, 정오 가까운 시간, 나는 시립도서관 어문학 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갑자기 드르릉거리는 소리가 났다. 한 젊은이가 읽던 책 위에 엎드린 채 코를 골고 있었다. 얼마나 피곤하면 저러랴 싶었다. 사서(司書)가 다가와 흔들어 깨웠다. 나도 책을 읽다가 더러 깜박 졸 때가 있는 터라 겸연쩍어 하는 그의 모습에 동정이 갔다. 잠꾸러기, 잠꼬대, 잠버릇, 잠투정 같은 일상어에는 부정적인 뜻이
바울은 편지를 쓸 때 서기에게 불러주어 대서하게 하였다. 그러나 편지의 끝 부분은 친서임을 확인시키기 위해 친필로 크게 써서 마무리하였다. 그런데 바울은 왜 친필을 ‘큰 글자’로 썼을까. 나는 그 이유를 바울이 말하는 육체의 ‘가시’로부터 찾으려 한다. 그 가시를, 터툴리안은 귀앓이 또는 두통, 크리소돔은 대적 자들에게 당한 신체적 고통, 루터는 욕정의 유혹으로 보았다. 안질(眼疾), 간질, 말라리아열병, 심리적
남편과 아들을 미국 대통령으로 만든 여자, 바버라 부시. 그녀는 처음 만난 남자와 데이트도 없이 다니던 대학도 중퇴하고, 19세의 나이에 결혼하였다. 사귀어보고 따져보고 학교라도 졸업하고 결혼하는 게 보통사람들 아닌가. 그녀는 뚱뚱하고 머리가 희고 얼굴에 주름이 많고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날씬한 몸매에 머리 염색하고 성형수술하고 어디에나 잘 나서려는 게 보통사람들 아닌가. 그녀는 남편이 대통령이 될
해수온천을 하려고 해운대행 시내버스를 탔다. 등산복 차림의 한 노인이 버스 입구에 다가와 운전기사에게 5천 원 짜리 한 장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걸로 탈 수 있소?”운전기사가 노인을 흘긋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거스름돈이 없다는 뜻이다. 노인은 난감한 듯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금세 태도를 바꾸어 말하였다.“노인장, 그냥 타시오.”얼떨결에 버스에 오른 노인은 멍하니 서있었다. 또 운전기사가 말하였다.“빈자리가 많은데 앉으시지요.”노인은
집안에 수리할 일이 생기면 S설비를 부른다. 얼른 오지 않는다. 조바심이 나서 다시 찾아가 부탁한다. 애가 탈대로 타 지칠 때쯤에서야 나타나서는 갖은 변명을 늘어놓는다. 일만 해도 그렇다. 약간만 손보면 될 법한 것도 크게 헤집어 놓고 일한다. 수리비도 턱없이 비싸게 부른다. S설비는 매번 그런 식이었다.어느 겨울날 아침, 옥외 화장실 물통이 고장 났다. S설비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였다. 금방
나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희디흰 피부의 여자를 사귀었다. 얼굴이 너무 희어서 의사가 건강진단을 받아보라고 권할 정도의 여자였다. 어머니는 내가 사귀는 아가씨를 보고 무척 실망하였다. 가냘프고 창백하다는 것이다. 튼튼하고 둥실둥실한 며느릿감을 원하던 어머니로서는 그럴 법도 하였다. 어쨌든 나는 그녀와 결혼하였다. 아내는 먹성이 좋았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힘든 일도 겁 없이 하였다. 연년생으로 아들 둘을 순산하였다. 어머니의 원대로
사람은 이름으로 웃고, 이름으로 운다. 인생의 광장에서, 시험의 고비마다에서, 그 떨리는 발표의 장에서 이름이 있어 기뻐하고, 이름이 없어 눈물을 흘린다. 이름이 나면 유명인사요, 이름이 묻히면 무명인사다. 유명하면 스타가 되고, 무명하면 돌이 된다. 사람들은 세상에 이름을 내기 위해, 이름을 남기기 위해, 이름을 갈고 닦는다. 성서에는, 세상 이름과 다른 ‘그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을 높이고, 그 이름을
햇빛이 유난히 눈부시던 날, 해바라기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동그란 얼굴을 내밀었다. 해를 바라보았다. 감격이었다. 그 현란한 빛깔과 불타는 열정에 눈을 떼지 못했다. 애오라지 해만을 바라보고 살겠노라 다짐하는 듯하였다. 해바라기는 가없는 해의 사랑을 받으며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서히 얼굴에는 살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해바라기는 어느새 살찐 해바라기가 되었다. 그런데 어찌하랴. 그 유연하던 얼굴이, 이제 제